떨어지는 이유도 여러가지다. 기술이나 힘이 모자라거나, 균형을 잃거나, 바윗길을

잘못 들어 머뭇거리다 떨어지기도 한다. 이런 이유 말고 등반자의 작은 실수로

떨어지는 일도 있다. 바위 상태가 좋지 않아 바위면이 들떠있는 것을 손잡이나

발디딤으로 삼았거나, 바위 부스러기와 이끼, 나뭇가지, 로프 같은 것을 밟아

어처구니없이 미끄러지기도 한다. 멀쩡해 보이던 손잡이나 발디딤이 빠지면서

빠진 돌을 안고 떨어지기도 하고, 다른 사람과 부딪치거나, 다른 사람이 떨어지면서

등반하고 있는 로프를 잡아 당겨 떨어질 수도 있다. 따라서 떨어지는 거리를

생각해서 확보물을 자주 거는 것이 바람직하다.

미끄러지거나 떨어지는 것은 한 순간에 일어나기 때문에 등반하고 있는 사람이나

확보를 보고 있는 사람이나 항상 긴장하고 확보자는 등반자한테서 눈을 떼지 말아야

한다. 경험이 많은 사람들은 등반자를 보고 있지 않아도 로프의 움직임을 통해

그 사람의 마음까지도 느낄 수 있지만 초보자가 확보를 보면서 다른 사람들과

이야기 하거나 담배를 피우는 따위의 나쁜 버릇을 들여서는 안된다. 중간 확보물이

알맞은 거리에 정확히 걸려 있고 확보자가 로프를 올바르게 잡으면 단순히

미끄러지는 정도에 그치겠지만 이런 확보 전체에 한가지라도 잘못된 곳이 있다면

등반자는 긴 거리를 떨어지고 다칠 수도 있다.

등반자가 떨어질 때는 바위 모양이나 오르던 자세에 따라 떨어지는 자세도 틀려진다.

비탈에서는 주로 바위면을 미끄러지듯이 내려오는데 떨어질 때 몸을 돌리거나 배를 깔고

내려오면 심한 찰과상을 입는다. 따라서 비탈을 오르다가 미끄러지면 오르던 자세를

그대로 잡고 있으면서 손가락과 발바닥만 바위면에 대고 미끄러져야 다치지 않는다.

미끄러지는 거리가 짧고 확보물이 든든할 때는 바위를 뛰면서 내려오듯이 떨어질

때도 있는데 윗몸이 뒤집어질 위험이 있다. 또 미끄러지는 면에 큰 바위턱이 있으면

몸이 튕기거나 자세가 흐트러져 발목을 다치지고 하고 뼈가 부러질 수도 있으니까

이런 곳에서는 확보물을 자주 걸어 안전하게 등반해야 한다.

민탈이나 하늘벽에서는 대게 확보물이 많이 박혀 있고 선등자도 확보물을 자주 걸어서

떨어지는 거리가 짧고, 일단 허공에 한번 매달린 다음 바위에 부딪치니까 다칠 위험이

적다.

틈새 등반에서는 밀고 당기기를 할 때가 가장 위험한데 바위에서 손이 빠지면 발로

바위를 밀고 있던 힘 때문에 몸이 바위 바깥쪽으로 튕겨지면서 시계추처럼

바위와 부딪칠 수 있다.

오르기 쉽고 높이에 대한 두려움도 다른 것에 비해 적어 안심하고 오를 수 있는

굴뚝 등반에서는 대부분 로프에 자기 확보줄만 걸어 놓고 연달아 이어 오르는

경우가 많은데 일단 굴뚝 안에서 떨어지면 큰 사고가 날 수 있으니까 주의해야

한다. 굴뚝 안에서는 떨어지면서 바위 양쪽 면에 부딪치는 것은 물론이고 팔과

다리가 굴뚝 안에 낀 채로 떨어지는 속도와 몸무게가 실려 뼈가 여러군데

부러지기 쉽다. 쉬운 곳일수록 기본 원칙을 꼭 지키는 것이 안전 등반을 위해

가장 필요한 일일 것이다.

일단 등반자가 떨어지면 확보자는 빠르고 정확하게 확보자세를 잡고 로프를

잡아야 한다. 떨어지는 거리가 짧다고 해서 떨어지는 사람을 손으로 잡으려

하거나 몸으로 충격을 받아주려 한다면 로프를 놓쳐 더 큰 위험을 부를 수도

있다. 더구나 카라비너에 로프를 걸어 확보를 보는 손아귀 확보 방법은 등반자가

떨어지는 충격으로 로프가 미끄러지면서 멈추기 어려워 절대 이런 방법으로

확보를 봐서는 안된다.

출처 : 암벽등반의 세계 (정갑수, 원종민, 한동철 지음. 도서출판 사람과 산)

P419-420에서 발췌